이미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합될 때 파괴적인 크리에이티브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쓰고 있고 그 효과 역시 증명되어 왔는데요. 이 '조합'을 활용해서 산업의 고정관념 자체를 깨버리고 가장 지루하고 재미 없는 사업에서 꿀잼을 만들어낸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캔에 든 물 - '리퀴드 데스' 입니다.
리퀴드데스는 2019년 1월, LA에서 "갈증에게 죽음을! Murder your Thirst"라는 다소 공격적인 슬로건으로 출시됐습니다. 그리고 약 3년만에 엄청난 연간 수익을 달성하고, 100만 명이 넘는 인스타 팔로워를 확보했습니다. 리퀴드 데스의 전체 규모가 코카콜라가 1년에 쓰는 마케팅 예산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코카콜라나 펩시와 같은 전통적인 탄산 음료 브랜드에게 유의미한 충격을 줄 정도로 성장한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목차
패키징으로 두 마리 토끼 잡기
리퀴드데스의 설립자 마이크 Mike Cessario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입니다. 나이키나 넷플릭스에서 일하면서 항상 독특한 아이디어로 일을 해왔던 그는, 어느날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건강에 좋은 것은 쿨하고 재미있을 수 없지?"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생수 업계에 적용시키죠. 락스타가 마실 것 같은 해비메탈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의 캔, 그리고 그 안에 든 100% 생수. 리퀴드 데스가 탄생한 것입니다.
[리퀴드데스의 CEO Mike Cessario가 직접 링크드인에 남긴 댓글]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는, 지난 30년 간 가장 재밌고 멋진 브랜드가 모두 건강에 좋지 않은 제품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탄산음료, 에너지 드링크,술 들이죠. 저는 어떤 부모에게서 '브랜드 덕분에' 9살 짜리 아이가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시게 한 것에 대한 감사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에너지 음료 2캔을 사던 건설 노동자들이 이제 에너지 음료 1개와 리퀴드 데스를 사고 있습니다.
The big problem we are are solving is the fact that the funniest, coolest, most irreverent brands of the last 30 years are all unhealthy products like soda, energy drinks, alcohol, and junk food. True healthy brands do not invest in fun, comedy, or youth culture. We have parents message us thanking us for having a product that finally has their 9 year old excited to drink water instead of soda, simply because of the brand. Construction workers in 7-11 who used to buy 2 giant energy drinks are now buying 1 energy drink and a Liquid Death.
물을 단지 알루미늄 캔에 담은 것 뿐이지만, 두 가지 효과가 있었죠.
첫 번째, 플라스틱이 일으키는 문제 알리기
전체 플라스틱 중에 극히 일부만이 재활용되지만, 알루미늄은 75%이상이 재활용됩니다. 리퀴드 데스는 '플라스틱에게 죽음을!' 이라는 느낌으로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수익의 일부를 바다를 뒤덮는 플라스틱 쓰레기 청소에 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 생수의 지루함 탈출하기
에비앙처럼 전통적 생수부터, 보스Voss나 스마트워터처럼 비교적 시장의 뉴커머로써 좀 '있어보이는' 생수브랜드까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투명한 플라스틱 병에 담겨있다는거죠. 리퀴드 데스는 캔을 선택함으로서 내용물을 숨겼습니다. 나빠보이는 패키지 디자인때문에 그걸 마시면 뭔가 맥주나 좋지 않은 위험한 물질을 마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쿨해보이는거죠.
또라이같은 광고
익숙한 것 + 낯선 것의 조합을 리퀴드 데스의 광고에서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광고요.
이 광고에서는 그동안 마케팅하는 쪼다들이 생수 브랜드가 요가하는 엄마들을 위한 음료라고 포장해왔다면서, 물은 사실 서퍼나 스노보더, 카약 선수를 죽이는 지구 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물질이라고 하죠. 그러면서 "물은 귀엽지 않다. 물은 죽음이다(Liquid death)"라고 합니다. 물로 고문 중인 사람은 아마도 마케팅 직원이겠죠..? 그리고 마지막에 "주의하여 마시세요"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영상을 보는 순간 물은 왠지 쿨해보입니다. 마치 담배, 마약, 술처럼 '사람을 죽이는 치명적인 물질'이니까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소구점을 가지고 광고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리퀴드 데스는 그야말로 기이하고 기묘한 생수 브랜드의 입지에 올라섰습니다.
지독한 컨셉충
리퀴드데스의 브랜딩은 헤미메탈/펑크에 완전히 포커스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설립자인 마이크부터 헤비매탈의 팬이었고요. 이 컨셉을 모든 것에 적용시켜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일종의 팬덤 멤버십인 '후원하기' 버튼을 '영혼 팔기', '연락하기' 대신 '소원하기' 등 다분히 사탄 숭배스러운 컨셉을 유지하고 있고요. 이들의 계정에 달린 악플들을 모아 강력한 메탈 사운드로 채워진 [그레이스트 헤이츠]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또 프로 스케이드보더인 토니 호크Tony Hak의 피를 함유한(;) 스케이드 보드를 팔기도 했고, 포르노스타를 기용하여 "지구를 좆되게 하지 말아라Don't Fuck The Planet" 라는 광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케팅 천재 마이크
좀 또라이같은 유머를 뽐내는 광고, 자극적인 브랜딩으로 생수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마이크는, 여기에 대해 '브랜드' 라고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이 Red Bull을 마시고 Fiji워터를 마시는 이유는 다 브랜드라는거죠. 그래서 리퀴드 데스는 사람들이 '원하도록' 만드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더 이상 기존의 생수 시장에서 쓰던 방법으로는 사람들이 또 하나의 새로운 생수를 '마시고 싶게'만들 수는 없었을 거고요. 리퀴드 데스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신, 누구는 싫어하고 누구는 좋아하게 만듦으로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 물도 쿨하면 안되나?" 라는 생각 하나로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초기 아이디어를 토대로 1~2년 이상 계속 심사숙고했죠. 그리고 실제로 제품도 아직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 광고를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죠. 4개월 후, 동영상 조회수가 300만이 되자 비즈니스는 진짜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거대한 탄산음료 회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죠.
싫어하게 만들기
리퀴드데스의 브랜딩전략은 꼭 '나를 싫어해줘' 같습니다. 그들이 벌인 일은 이런거거든요.
- 친근하고 안전한 생수? 아니 난 위험하고 쿨한 리퀴드데스야
- 맥주처럼 보인은 캔을 아이들이 마시게하자
- 포르노스타를 기용해 광고할거야
- 악플을 달았어? 그럼 그걸로 앨범 만들지 뭐
- 아이들한테 해미메탈 밴드 분장시켜야지
리퀴드데스는 헤비메탈, 펑크, 덴져-러스한 왠지 사탄 숭배적인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피를 섞은 스케이트보드를 판다거나, 섹시한 남자배우 조 맹거넬로를 활용해 피로 서명하고 영혼을 팔게 만들거나) 그들의 타겟이 '이런 것만을 좋아할 것 같은' 특정 계층은 아닙니다. 실제로 마이크 세자리오는 링크드인 코멘트를 통해서 "우리의 타겟이 메탈이나 펑크 팬은 아니다. 이미 드라마를 봐도 공포영화, 범죄영화를 보는 계층이 20대 젊은 여성이다"라고 하기도 했듯, 독특한 포지셔닝을 취해서 쿨한 이미지를 가져가되, 타겟은 더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유해한 광고 하나 하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밖에없죠. 뭔가 역겹고 소름끼치는 광고들 때문에 필연적으로 리퀴드 데스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리퀴드데스에게 '모두가 사랑하는 광고'는 오히려 치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친근하게 느끼는 순간, 리퀴드 데스의 전략은 실패한거니까요.
실제로는 깨끗하고 청정한 물 100%이루어진,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음료' 이고 지구 환경을 위해 기부도 하는 착한 기업이지만, 블랙 코미디와 컬트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신경을 살살 긁어버리는 마케팅 전략을 취한 리퀴드 데스. 앞으로도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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