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내 Oatly 브랜딩에 관련된 아티클이 2개 추가될 예정입니다. 관심있으시다면 즐겨찾기 하고 봐주세요!
크리에이티브 장인, 존 스쿨크래프트
우유의 대체제, 다들 이제는 한 번쯤 마셔봤을 것이다. 여기엔 단 하나의 문제가 있다 : 바로 '맛'. 우리는 두유 맛엔 익숙하지만, 오트밀크/아몬드밀크/캐슈넛밀크/라이스밀크 등의 대체제의 맛은 낯설기 때문이다. 오트밀크의 대명사 오틀리Oatly가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싸워야 했던 점도 바로 사실 이거다. 맛.
오틀리의 CCO(Chief Creative Officer)로 인하우스 크리에이티브 팀을 이끌고 있는 존 스쿨크래프트John Schoolcraft 는 마케팅팀을 없애버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오틀리의 멱살을 잡고 브랜드를 히트시킨 크리장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냥 지루한 오트밀크 회사였던 오틀리는, 존 아저씨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덕분에 이제 판을 바꾸는 멋진 브랜드가 됐다.
사실 이런 대체 우유의 탄생은 보통 유당불내증과 같이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영양학적으로 대체가능한 제품을 찾는 연구 과정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다. 오틀리도 그랬다.
그저 그런 브랜드 오틀리에 합류한 존이 내린 결론은, '쿨-해야 된다'였다. 하지만 단순히 로고를 바꾸고 패키지를 멋지게 만드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본질이기 때문. 제품의 본질, 즉 귀리Oats의 멋짐이 브랜드의 코어가 되도록 만들어야 된다고 직감한 것이다. 그래서 단순한 식품회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사람들의 삶에 밀착되도록.
오틀리의 본질에 주목한 패키징
'영양적으로 우유를 대체할 수 있다' 는 그냥 제품의 스펙이다. 브랜드의 가치는 이것과 조금 다르다. 만약 오틀리를 마신다면 사람들은 여기서 어떤 가치를 발견해낼 수 있을까? 사람이 우유를 덜 마신다면? 그렇게 되면 과도한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고, 더 나은 지구를 만들 수 있다. 오틀리의 브랜드 가치는 여기서 출발했다.
비건이든 아니든간에, 사실 동물성에 기반한 식사는 지구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 팩트다. 지구가 죽으면 결국 사람도 죽는다. 이런 결론에 다다르면 오틀리의 비전은 더이상 '우유를 못 마시는 사람에게 우유를 마시게' 가 아니다. '좀 더 식물성 베이스의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가 되고, '지구를 살린다'가 된다. 그러니까 오틀리를 마시는 당신은 비건도 아니고 유행에 따라 오트 라떼를 마시는 것도 아니고 지구를 살리는 히어로가 되는 것. 이것이 브랜딩이다.
이 결론에 도달한 존은 오틀리의 패키지를 바꾸었다. 사실 제품 인지도 관점에서 당장 마트 매대에 놓여있는 제품들의 패키지를 바꾸는건 아주 리스크가 큰 도전이다. 여기서 존이 선택한 전략은 '어설픈 핸드메이드'였다. 대형 식품회사에서 나온 삐까뻔쩍하고 멋드러지는 포장 말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주말 장에 가지고 나온 듯한 패키징.
조직의 혁신도 브랜딩의 일환이다
이런 브랜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존은 잘 알려졌다시피 마케팅 부서를 없앴다. PM도 없앴다. 그리고 인하우스 크리에이티브 팀을 만들었다. 변화를 시도하면 당연히 맞서는 바람이 있기 마련이고, 내부 설득은 당연히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 팀을 없애고 크리에이티브 팀으로서 하고자 하는 일과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오틀리에서는 나무 표지로 된 책자를 배포했다. 이 책에는 브랜드 방향성과 앞으로 구성원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변화들이 제시되어 있었다.
특히 패키징이 다른 어떤 광고보다 고객과 직접 접하는 주요한 미디엄인 식품업종에서 패키징의 혁신은 브랜딩의 혁신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큰 변화에 대한 결정권과 추진권한을 크리에이티브 팀에 부여하는 것 역시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존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마인드 컨트롤 부서라고 불리는 이름이 증명하듯, 모든 사람들이 변경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먼저 도왔다. 그렇게 혁신은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규범에 도전하는 브랜드로
오틀리가 내놓은 캠페인들은 대담하고, 유쾌하며, 예측 불가능하다. 다른 브랜드라면 하지 않을 법한 구구절절한 설명을 지면 한가득 채워 놓고, 제품에 일관되고 세련된 로고를 박지 않는다. 오틀리는 인지도를 로고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로고를 해체하고, 불규칙하게 만들었다. 가디언지에 실린 오틀리의 광고는 농업 시스템의 문제, 식량 문제, 인종, 성 평등 등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굉장히 정치적이고, 상업적인 광고랑은 거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들이 하지 않는 것을 오틀리는 그냥 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믿음과 신념에 관해서. 사람들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브랜드를 결코 저평가 하지 않기 때문에.
오틀리의 마케팅 전략과 카피도 아주 대담했다. 본질적으로 귀리 우유는 '우유'라는 개념에서 출발하고, 따라서 진짜 우유와 다른 점이 뭔지 말해야만 했다. 그 차이를 설명하는 직접적인 카피 때문에 2014년 스웨덴 유제품 협회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오틀리는 172페이지짜리 소송 문서를 전부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대중에게 선택을 맡겼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틀리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그 소송이 오틀리를 주류 브랜드의 지위로 머리채를 잡고 올려버렸다.
많은 브랜드들이 챌린저로 판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판을 뒤엎어버리는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담대한 캠페인 전략이나 포지셔닝은 사실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시련 그 이상이다. 실무진은 매일 야근해야 하고, 경영진은 자칫 잘못하면 머리가 터질듯한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매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혁신적 브랜드는 단순히 브랜딩을 갈아엎어서 더 많은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규범 자체를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브랜드이다.
판매량은, 그냥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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