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오틀리Oatly를 뛰어난 카피와 크리에이티브로 인정받게 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스쿨크래프와 오틀리의 브랜딩 스토리 를 읽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2023.04.18 - [인사이트] - 규범에 도전한 오틀리 브랜드 전략 : 마케팅팀을 파괴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스쿨크래프트.
카피라이팅과 아트디렉션 부분에서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로 이미 인정받은 브랜드, 오틀리Oatly. 패키징부터 옥외광고, 커머셜 영상까지 전체 톤앤 매너가 완전히 일치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더욱 인상적입니다. 특히 발랄하고 대담한 카피들 때문에 오틀리의 광고는 '보는 맛' 도 있고 '읽는 맛' 도 있는데요. 오틀리의 캠패인들을 한 번 간략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포장부터 느껴지는 오틀리 철학
식품회사라면 지면이나 TV나 인터넷이나 옥외광고 이전에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미디어는 포장, 즉 패키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마트에서 고객을 만나고, 고객에 손에 쥐어지고, 계산대와 식탁으로 가기까지 '패키징'이 단연 핵심이죠. 존 스쿨크래프트가 크리에이티브 팀을 꾸린 후로, 오틀리는 많은 직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패키지를 완전, 싹 바꿨습니다. 기존 유제품 포장 방식을 버리고, 상단 중앙부에 뚜껑을 달았고요, 겉모습도 완전 바꿉니다. 로고도 뭔가 깔끔하거나 정제된 느낌을 주지 않고, 대-충 만든 티가 나게 합니다. 로고의 해체 역시 오틀리의 의도입니다. 의도적으로 마치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포장한 느낌이 나게 만든거죠. 모든 텍스쳐들이 다 일관되게 '수제'의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제품의 이름이 써있는 부분을 제외한 3면에도 뭔가 잔뜩 써놨습니다. 재밌는건, 반드시 법적으로 표시해야만 하는 성분정보 등을 담은 부분 위에 "지루한 부분 The Boring Side" 라고 써놨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썼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더 성분과 함량 표시를 읽게 되고, 오틀리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제품임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효과가 있죠.
대담하고 솔직한 카피들
사실 오틀리는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대체 식품부터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영양'관점에서 마케팅을 해왔고 회사의 주요 구성원들도 다 과학자들이었다고 볼 수 있죠. CEO로 토니가 오고 CCO로 존이 오게 된 후, 오틀리는 '오트 우유 회사' 에서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로의 전환을 꾀하게 됩니다. 동물성 기반의 식사가 끼치는 해악과, 오트밀크가 사람과 지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솔직히 말하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우유 회사와의 충돌로 법정싸움을 하기도 했고요. 스웨덴에서는 우유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기업이 자신에 신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객을 적으로 돌릴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 점을 오틀리는 정면으로 공략합니다.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Here's what we believe : Big Foot> 이라는 전면 광고입니다.
'우리의 신념' 이라는 제목 아래 상상 속의 괴물 빅풋을 놓고, 글씨를 써놨죠.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우리의 신념은 이렇습니다. 동물을 먹기보다 식물성 위주의 식사를 하자.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 기업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아래 문단이 하이라이트인데요, "빅풋은 진짜 있다. 아, 이건 오틀리랑 상관 없이 내가 쓴거임".
또 다른 몇가지 옥외광고들을 통해서 오틀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좀 살펴볼까요?
오틀리가 항상 직면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우유의 대체품~ 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므로, 우유 맛이 아닐 때 사람들이 실망을 한다는 점이죠. "Tastes totally normal"은 딱 그 이야깁니다. 한편 "이거 사람 먹으라고 만든 우유야" 는 기존 축산업에 대한 강력한 디스이기도 합니다.
관종느낌이 나는 카피들도 있고요.
그리고 비건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식품이라는 카피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장황하기도 하고, 눈에 확 들어오지도 않아서 바보 카피라이터가 쓴 것만 같은 광고판이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읽게 되는, 읽고 싶은 힘을 갖고 있습니다. 카피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이 카피로서 용인되고 바깥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내에서 크리에이티브 팀의 결정을 전적으로 믿고 따른다는 말 같아서 부럽네요.
시장 진출? 광고는 됐고 카페로 직진
오틀리의 시장 확장 전략도 재미있습니다. 소셜미디어나 구글 애즈 광고를 태우기보다 미국 커피숍으로 바로 진출해버렸는데요. 진출 당시 미국 시장은 때마침 운좋게 물성 우유 소비가 증가하고 있어서 트렌드에도 딱 맞았죠. 오틀리는 커피숍을 정식으로 겨냥하여 바리스타 에디션을 출시했습니다. 당장 바리스타부터 커피숍에 들리는 모든 사람들이 오틀리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라떼를 마시는 수많은 커피중독자들을 '오트 라떼' 파로 개종시커버렸습니다. 그리고 오틀리 라떼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오트파인더 Oatfinder라는, 오트밀크를 쓰는 카페를 찾는 웹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광고 영상 속 기막힌 발상들
오틀리가 내놓는 광고 영상 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들도 정말 재밌습니다. 인상깊은 점은 뭘 원하는지 정확히 말하고, 의도를 숨기지 않고, 순진하리만치 솔직하다는 점이죠. 사실 오틀리에서 내놓는 모든 캠페인들이 다 그런 톤을 유지합니다. 대놓고 그럴싸하게 브랜딩하려는 의도를 전부 버리고 아주 1차원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유쾌합니다.
수퍼볼 광고로 진출
미국 광고 중 가장 비싼 광고, 수퍼볼에 무려 60억 넘게 내고 들어간 CEO 토니가 출연한 광고 영상도 그렇습니다.
정말 단순하게 오트밀밭에서 이건 우유같은건데, 사람 먹으라고 만든거야. 와! 소가 아니라니! 라고 노래를 하는데요. <Wow, No Cow> 는 진짜 중독적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제품의 본질을 전하는 영상이죠. 그러니까 "와.. 소에서 나온 우유가 아닌데 우유만큼 맛있고 우유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이게 오트밀크라고?" 를 아주 심플하게 줄인, Wow No Cow.
근데 이 광고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반응이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여기에 대해 오틀리는 아주 가볍게 응수했죠. "난 그 광고 싫어" 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판 겁니다.
'맛'의 장벽을 깨기 위한 노력
오틀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마시게 하기 위해 가장 큰 장벽은 역시 '맛'일 겁니다. 우유가 있는데 왜 오트밀크를? 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오틀리는 꾸준히 영상캠페인을 전개해왔습니다. '오틀리'를 마시게 하고, 사람들이 식물성 기반의 식사를 하도록 의도하는 이 행위를 오틀리는 '세뇌' 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웃음 포인트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의 레시피를 오트밀크로 대체해서 만들고, 맛이 정말 다른지 물어보는 쿠킹쇼 시리즈 <Will it swap?> 을 보면 알 수 있듯, 오틀리의 영상들은 나름의 수더분한 유머가 있습니다.
디저트 가게를 열어서 유제품을 오트제품으로 대체한 음식을 사람들에게 테스트해보기도 하고요.
기본으로 돌아가기
오틀리의 사내에 붙어있는 문구 (로고 말고 사람이다! 브랜딩 말고 진짜를 하자!)들을 보면 알 수 있듯, 기본으로 돌아가기 Back to Basic 마케팅 전략은 유효했습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오틀리의 광고들에 묻어있는 크리에이티브들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본질과 완전히 밀착되어 있고, 한가지 신념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브랜드 철학과 신념, 오틀리의 시작에 대한 영상들도 일관된 톤앤무드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실 오틀리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마인드 컨트롤' 부서라고 불리는데요, 여기에 반해 (실제로 존재하진 않겠지만) '산만함 퍼뜨리기' 부서도 있습니다. 이 부서에 대한 정보는 http://oatly.com/odds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EO 컬러링북이나 오틀리 패키지를 이용해 귀여운 제품 만들기, 중독적인 징글 주크박스, 자기전에 듣는 이야기 등 쓰잘데기 없는 콘텐츠(..) 들로 가득차있죠.
오틀리의 캠페인들을 쭉 보면서 느낀 점은, 웹사이트 디자인부터 폰트-패키징-로고-옥외광고-영상광고까지 톤과 매너가 아주 완전히 일치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외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 인하우스 크리에이티브 팀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일관적인 브랜딩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틀리의 소소하고 어이없는 유머감각들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유쾌함 사이에 스며들어있는 신념 때문에 식물성 베이스의 식사를 좀 늘려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어설픈 바이브로 친근함을 어필하는 브랜딩을 하고 싶을 수록, 더욱 철저하고 디테일한 키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는 필수인거겠죠.